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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우리 글, 훈맹정음 박두성 만들다

1926년 11월, 서울의 한 한식당에서 한글 창제를 기념하는 각야날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날, 또 하나의 우리 글이 탄생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바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훈맹정음이 탄생한 날입니다.

훈맹정음은 훈민정음에 시각장애인을 뜻하는 한자 ‘맹’을 넣어 붙인 이름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손가락으로 만져서 읽을 수 있는 글자를 의미합니다.

점자의 역사

또 하나의 우리 글, 훈맹정음 박두성 만들다

나라마다 문자 체계가 다르듯이, 점자도 나라마다 다릅니다. 1829년, 프랑스의 시각장애인 루이 브라유가 점자를 처음으로 완성했습니다. 이는 문자를 읽을 수 없었던 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획기적인 발명이었습니다. 하지만 로마자 알파벳이 아닌 문자는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한글 점자를 처음 만든 사람은 미국 선교사 로제타 홀입니다. 1896년 평양에서 만들어 평양 점자라고도 합니다. 다만 초성과 받침 글자가 같아서 헷갈린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6점 한글 점자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만들었습니다. 그는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박두성 선생의 이야기

박두성 선생은 1888년 강화도 교동도의 가난한 농가에서 구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한성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보통학교 교사로 일하던 어느 날, 시각장애인과 언어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세운다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1913년, 서울 재생원 맹아부에서 전국에서 온 시각장애인과 언어 장애인 학생들이 한데 모였습니다. 졸업하면 안마사 자격을 받을 수 있었으나, 모든 수업이 일본어로 진행되었습니다. 박두성 선생은 학생들이 안타까워 어쩔 줄 몰랐습니다.

박두성 선생은 총독부의 눈을 피해 몰래 제자들과 함께 한글 점자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1926년 11월, 드디어 6점 한글 점자 훈맹정을 발표했습니다. 훈민정음의 원리를 따라 기본 글자를 바탕으로 다른 글자를 쉽게 외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초성과 받침을 달리 만들어 구별하기 쉽게 했습니다.

한글 점자의 보급과 발전

박두성 선생은 제자의 집에서 함께 한글 점자의 탄생을 축하했습니다. 그는 한글 점자를 알리기 위해 편지로 점자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휴대용 점자기 사용 설명서와 함께 훈맹정음표를 우편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점자를 아주 자세히 설명하여 며칠 만에 점자를 배워 편지까지 쓸 수 있었습니다.

박두성 선생은 수백 권의 책을 점자로 번역하였습니다. 번역된 책들은 명심보감, 바다편 교과서부터 인기 소설까지 매우 다양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책들을 시각장애인들에게 무료로 대출해 주었습니다.

박두성 선생의 유산

박두성 선생은 한글로 번역 작업을 밤에만 했기 때문에 눈이 멀 뻔한 일화도 유명합니다. 그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태극 문양을 크게 그려 시각장애인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박두성 선생은 정부로부터 문화포장을 받은 지 1년 만인 1963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글날은 10월 9일이지만, 11월 4일은 한글 점자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훈맹정음 관련 유물이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또 하나의 우리 글, 훈맹정음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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