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를 위한 품격 있는 실버타운. 2009년 당시 분양가 약 18억 원, 68평형 규모로 주변 아파트가 평당 2천만 원일 때 3천만 원을 넘겨 화제가 되었던 곳. 중세 유럽의 성같은 외관과 최고급 서비스를 자랑했던 이곳이 16년이 지난 지금, 입주민들이 “나가고 싶다”고 절규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꿈같았던 시작
최고급 서비스의 약속
초기 실버타운은 다양한 서비스로 입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 편의시설: 스크린 골프장, 골프 퍼팅 연습장, 수영장, 외식 시설
- 커뮤니티: 다양한 모임과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최고급 연회장
- 서비스: 1인당 월 350만 원으로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약속
“노후에 대비를 잘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해 모은 돈으로 입주한 어르신들에게는 꿈같은 생활이었습니다.
악몽의 시작
무너진 약속들
하지만 실버타운에서의 꿈같은 생활은 5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커뮤니티 시설의 몰락
- 과거 로비 역할을 하던 곳의 천장이 무너져 내림
- 도서실 천장에서 물이 새어 책들이 손상
-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공간으로 변모
서비스의 중단
- 유명 가수를 초청한 음악회 중단
- 유명 주방장이 제공하던 호텔식 식사 중단
- 시행사의 경영 악화로 커뮤니티 운영 완전 중단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검사 기관에 의뢰해 실내 공기질을 측정한 결과, 생활동 곳곳에서 기준치 이상의 세균과 곰팡이가 검출되었습니다.
“바닥에서 코를 막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할 정도예요. 마스크를 안 쓰면 안 될 정도로 심합니다.”
부산의 한 실버타운 – 김종숙 씨의 절망
150대 1 경쟁률을 뚫고 입주했지만
교직 생활을 마치고 노후를 보낼 곳을 찾던 김종숙 씨는 지난 4월 부산의 한 실버타운에 입주했습니다. 입주 보증금만 약 6억 원이었지만, “롯데 호텔에서 운영한다”는 말에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현실은 달랐다
허위 광고의 실상
- 롯데 호텔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닌 ‘운영 지원’에 불과
- 약속된 양한방 병원은 아직까지 허가가 나지 않아 텅 빈 상태
- 24시간 간호사 상주 약속도 지켜지지 않음
위급상황에서의 방치 김 씨가 응급상황에서 비상벨을 눌렀지만 30분간 아무도 오지 않았고, 병원 이송 후에는 직원이 “비번이라서 들어가야 한다”며 홀로 남겨두고 갔습니다.
“여기서 잘못되면 무슨 비참한 꼴을 당할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제도적 사각지대
노인복지주택의 애매한 위치
실버타운은 노인복지법을 근거로 운영되지만, 구체적인 서비스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분양형 실버타운의 문제점
- 일반 아파트와 달리 공동주택에 해당하지 않음
- 입주자 대표회의를 둘 수 없음
- 관리비 세부내역 공개 의무 없음
- 운영사에 대한 제재 권한 없음
법적 보호의 공백
“실버타운이라는 회사가 사가지고 아무런 조치를 안 해도 행정 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법이 하나도 없어요.”
희망은 있다 – 공주의 사례
비영리 운영의 성공
충청남도 공주시의 한 실버타운은 종교재단에서 만든 비영리 법인이 운영합니다.
성공 요인
- 부지 기증을 통한 비용 절감
- 저금리 대출로 건립 자금 조달
- 수익성보다 공익성에 중점
- 입소 보증금 1억 원, 월비 130만 원의 합리적 가격
“무엇보다도 그것을 운영하는 운영자의 마인드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결방안
전문가들의 제언
-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
- 최소한의 서비스 기준 설정
- 입주자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화
- 정기적인 관리 감독 체계 구축
- 부처 간 협업 체계 구축
- 국토부와 복지부의 역할 정비
- 복지와 주거가 분리되지 않도록 통합 관리
- 공공성 확보
- 허위 광고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 입주자 보호 강화
우리 사회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실버타운은 복지의 이름으로 시작되었지만, 실상은 민간 업체의 이익 추구 수단으로 전락한 경우가 많습니다.
노후의 꿈을 품고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한 어르신들이 “나가고 싶다”고 절규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노인복지를 위한 실버타운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관리, 그리고 운영자의 올바른 마인드가 필요합니다.